【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미즈러브여성비뇨기과 김경희 원장】
배우자나 파트너에게 “난 자위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또 아내가 성관계를 원하는 남편에게 “아까 자위를 해서 오늘은 할 마음이 안 생긴다.”라고 말한다면 남편의 반응은 어떨까? 이렇게 당당하게 자위 사실을 밝히는 아내도 적거니와 또 아내가 자위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면 많은 남편이 적잖이 놀랄 것이다.
자위는 부부가 섹스를 하는 것처럼 나의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하는 성행위다. 자위를 하는 것은 숨기거나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수치스러운 일도 아니다. 더구나 똑똑하게 자위를 이용한다면 부부의 사랑도 높일 수 있다. 왜 자위를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숨기지 않아도 되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이지원 씨(가명)는 지난주 일이 떠올라서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결혼 6개월 만에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난 남편은 주말에만 집에 온다. 그래서 평일에 성욕이 고개를 내밀면 혼자서 자위로 해결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지난주 목요일 밤이었다. 별생각 없이 방에서 자위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소리 없이 방문을 연 것이다. 마침 금요일에 집 근처로 출장이 잡힌 남편은 이 씨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몰래 집에 온 것이었다. 이 씨는 문을 연 순간 굳어버린 남편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남편은 별말 없이 넘어갔지만 그날 밤은 남편을 바로 볼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남편이 연애시절에 자위를 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냥 한다고 대답할 걸 그랬다. 자위는 분명 죄가 아닌데 왜 이렇게 민망한지 모르겠다.
결혼 3년 차 정민국 씨(가명)는 아내와의 잠자리가 즐겁지 않다. 이상하게 아내와 섹스를 해도 흥분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전희 단계까지는 흥분되지만 막상 섹스를 하면 자극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진짜 이상하다. 자위를 하면 거짓말처럼 금방 사정을 한다.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아내를 보면 흥분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안 되는지 도통 모르겠다. 얼마 전부터 아내는 병원에 함께 가보자고 하는데 차마 자위를 하면 사정이 된다는 소리는 할 수 없어서 난감하기만 하다.
섹스에 비해 자위는 숨기는 경향이 있다. 하나가 되기로 약속한 부부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가까운 부부 사이에도 자위를 하는 것을 숨기는 이유는 사회적인 영향이 크다. 어릴 적엔 팬티 속에 손만 넣어도 부모님에게 혼났다. 성기를 만지는 것은 남들 앞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로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에 비해 성 자체가 금기시되어 온 여성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자위를 금기시하고 숨길 이유는 전혀 없다.
미즈러브여성비뇨기과 김경희 원장은 “자위는 내 몸에 성적 즐거움을 주는 행위”라고 말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내가 내 몸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남녀 모두 자위를 통해서 성적 긴장을 풀 수 있고, 성감이 향상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자위를 하면 자신의 몸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게 된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섹스를 할 때 여러 차례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여러 번 오르가슴을 느꼈던 여성 대부분은 자위를 하고 있었다는 보고도 있다.
김경희 원장은 “정상적으로 성관계를 하면서도 자위를 하는 부부들이 많다.”고 말한다. 부부가 살다 보면 한쪽은 성욕이 생기지만 다른 한쪽은 귀찮고, 피곤할 수 있다. 그러면 다음에 올 상황은 뻔하다. 배우자에게 서운하지만 그냥 넘어가거나 아니면 배우자를 졸라서 성관계를 한다. 그것도 아니면 계속 강압적으로 요구하다가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위를 하면 그런 상황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배우자가 옆에 있어도 자위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김경희 원장은 “성욕은 있지만 전희, 섹스 등을 안 하고 빨리 성욕을 해소하고 싶을 때도 자위를 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이럴 때는 굳이 성관계를 해서 ‘성의가 없다, 사랑이 식었다.’는 오해를 받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자위 때문에 정상적인 부부관계에 금이 가면 안 된다. 자위를 너무 자주 해서 배우자와 섹스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때는 자위를 하고 싶은 욕구를 참고 섹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주일에 자위를 몇 번을 하는지, 한 달에 몇 번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부부 성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자주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가끔 하는 자위라도 부부생활에 문제가 된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김경희 원장은 “자위를 할 때는 오르가슴을 느끼지만 남편과의 섹스에서는 못 느낄 경우 그냥 포기하는 아내가 적지 않다.”고 우려한다. 섹스를 하는 방식은 습관이 되므로 계속 남편과의 섹스가 즐겁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는 자위에 의지하지 말고 남편과의 충분한 대화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앞에서 소개한 정민국 씨처럼 자위할 때는 사정이 되는데 막상 섹스를 할 때는 잘 안 되는 남편이 가끔 있다. 이 경우는 손에 힘을 세게 줘서 자위를 하거나, 압력이 센 자위 기구를 쓰는 것이 습관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여성의 질 내부에서는 그만한 자극을 느끼기 어렵다. 이럴 때는 잘못된 자위는 그만두고, 아내와의 관계에만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법이다.
또 사정을 많이 하면 정력이 떨어진다고 믿고 자위를 한 후 사정을 참는 남성이 있다. 김경희 원장은 “과하면 문제가 되지만 규칙적으로 사정하면 더 건강하게 노년까지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작년 봄 한 한의원에서 우리나라 50세 이하 기혼남녀 각각 119명에게 자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 중 ‘배우자가 자위행위를 한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아내는 ‘모른 척한다.’는 답이 57%로 가장 많았다. 반면 남편은 ‘화부터 낸다.’가 54%로 가장 많았다. ‘자위를 적극 도와준다.’는 비율은 아내는 10%, 남편은 1.7%에 그쳤다.
남성은 포르노 등의 영향으로 여성이 자위를 할 때 기구를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은 따로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자위를 한다. 주로 손을 이용하는 남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경희 원장은 “부부라면 배우자가 자위를 하는 모습을 한 번쯤은 보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자위를 하는 것을 보고 흥분을 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배우자가 어떤 부분을 자극하면 흥분을 하고 오르가슴에 도달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희 원장은 “서로의 몸에 대해서 잘 알면 섹스를 할 때 만족감은 높아지고, 사랑도 깊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1. 부부생활과 일상생활에 방해되지 않게 한다.
2. 손을 깨끗하게 씻는다.
3. 자위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4. 내 몸을 아는 기회로 삼는다.
5. 위험한 기구나 이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6. 배우자의 자위를 인정한다.
7. 사정을 참지 않는다.
김경희 원장은 여성비뇨기과 전문의이자 성의학 전문가이다. 서울특별시립동부병원에서 여성 비뇨기과 과장을 역임했다. 현재 미즈러브여성비뇨기과에서 요실금 전문 클리닉, 여성 성형 클리닉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정유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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